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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와 자를 겹쳐놓으면 왜 달라붙어 버리는 걸까?

 

학교에 갈때면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이 바로 필통입니다. 실제로 쓰는 펜은 하나 두개이지만 색깔별로 혹은 적어도 3~4가지의 다른 색깔로 준비를 하고 필통에 넣고 학교에 가야만 마음이 편하죠. 펜과 더불어 반드시 준비를 하는 것이 바로 '지우개와 자'입니다. 이렇게 필기도구를 잘 챙겨서 필통에 넣고 학교에 가 수업시간에 쓸려고 보면 지우개와 자가 붙어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흔히 보다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생각을 해보면 의아합니다. 여름에만 그렇다면 뜨거운 온도 탓에 지우개가 녹아서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겠지만 추운 겨울에도 달라붙어 있으니 온도 때문은 아닐거고 그렇다고 지우개나 자에 테이프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왜 지우개와 자는 겹쳐놓으면 달라붙게 되는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지우개가 녹아서 플라스틱 자에 달라붙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지우개가 녹아서 플라스틱 자와 달라붙는 것이 아니라 지우개의 성분이 플라스틱 자를 녹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고무로 지우개를 만들었으나 근래들어서 지우개는 폴리염화비닐 같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있죠.

지우개의 원료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은 잘 부서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가소제를 첨가해야 되는데 바로 이 가소제가 ‘디옥틸프탈레이트’ 이며 이것이 플라스틱 자를 녹이는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디옥틸프탈레이트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디옥틸프탈레이트(DOP)는 플라스틱 제품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가소제로 사용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플라스틱을 녹이는 성분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플라스틱은 분자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강할수록 딱딱해지는 성질이 있는데 이런 분자들 사이에 디옥틸프탈레이트같은 가소제가 끼어들면 고분자끼리 강하게 붙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여 플라스틱 분자 사이의 직접 끌어당기는 힘이 약해지게 되고 이것이 플라스틱을 녹이게 되는 것이죠. 

<출처: 부산대학교 고분자공학과>

 

그런데 디옥틸프탈레이트(DBP)와 BBP,DNOP,DIDP로 분류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밖으로 분출되는 전이성(migration)이 있어 밖으로 전이되어 다른 플라스틱에 붙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지우개가 플라스틱 자와 붙게되면 디옥틸프탈레이트의 전이성으로 인해 플라스틱 자로 이동하게 되고 이 성분의 가소성 때문에 지우가와 붙은 플라스틱 자는 '녹게'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와 지우개는 겹쳐놓으면 붙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온도가 너무 높아 녹아버렸다(출처:해외 커뮤니티 (Reddit))>

특히 이런 특징은 온도가 높을 수록 활발해지는데, 여름에 지우개와 플라스틱 자가 붙게 되는 것을 더 자주 보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제 의문점은 풀렸지만 가소제에 대해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거의 모든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이 가소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 중에 하나가 바로 독성입니다. 일부 가소제들은 환경호르몬이나 발암물질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이 때문에 우리 몸에 이상 증상이 발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특히 지우개를 만들 때 사용되는 가소제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인체의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분류되어 있는 성분으로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가소제 포함 여부 문구확인이 필요>

이 가소제는 2008년부터 지우개 성분에서 제외하도록 권장되고 있으며 만약 포함이 되어 있다면 꼭 제품에 경고문구를 넣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이런 지우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아이들이 지우개를 입에 넣는 행동은 제지하는 편이 좋다고 합니다.